지난 포스팅에서 우리는 컬러 트렌드가 매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 팬톤 컬러 연구소가 있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색의 유행을 예측하고 정의하는 이 기관, 팬톤 컬러 연구소(PANTONE)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색은 단순히 예쁘고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감정을 자극하며 소비 심리까지 바꾸는 힘을 지닌 요소입니다. 팬톤은 바로 그 색에 ‘기준’을 만들고 ‘언어’를 부여한 대표적인 글로벌 기관입니다.
이제 팬톤이 어떤 조직이며, 어떤 방식으로 색을 정하고, 산업과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팬톤 컬러 연구소란? ( Pantone Color Institute)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 팬톤(PANTONE Inc.)이 운영하는 연구기관입니다.
이곳은 색의 체계화와 표준화, 색채 트렌드 분석, 색의 의미 해석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자문을 제공합니다.
팬톤의 시작은 인쇄 산업에서 색상 혼동을 줄이기 위해 1963년 개발된 PMS(Pantone Matching System)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체계는 디자이너, 제조사, 브랜드가 동일한 색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글로벌 표준 색상 코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팬톤의 영향력은 단지 ‘색상표를 정리한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팬톤은 색을 감정, 사회, 문화와 연결짓는 해석자이자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색’은 어떻게 선정되는가?
팬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매년 말에 발표하는 ‘올해의 색(Color of the Year)’입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발표는 단순한 유행 예측이 아니라, 그 해의 사회 분위기, 감정 흐름, 시대적 요구를 담은 상징적 색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팬톤은 ‘클래식 블루(Classic Blue)’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신뢰, 안정, 평온함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긴 선택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비바 마젠타(Viva Magenta)’가 선정되었는데, 이는 생명력, 용기, 낙관적 에너지를 담은 색으로 해석되며 회복과 전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팬톤의 색 선정은 색채 전문가, 심리학자, 문화 분석가, 사회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복합적 분석과 해석을 거친 결과입니다.
따라서 ‘올해의 색’은 단지 시각적 선택이 아닌, 시대가 공감하는 감정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
팬톤은 매년 시대의 정서를 색으로 표현합니다. 최근 5년간의 컬러를 보면, 팬톤이 어떤 흐름과 메시지를 담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4년 – 피치 퍼즈 (Peach Fuzz)
따뜻하고 부드러운 복숭아빛 색상으로, 돌봄과 회복, 감성적인 연결을 상징합니다. 팬톤은 이 색이 우리에게 ‘마음을 나눌 여유’를 선물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2023년 – 비바 마젠타 (Viva Magenta)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강렬한 붉은색 계열로, 에너지, 용기, 활기찬 전진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2022년 – 베리 페리 (Very Peri)
보랏빛과 푸른색이 섞인 혁신적인 색으로, 창의성, 미래지향적 사고,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 2021년 – 얼티밋 그레이(17-5104) & 일루미네이팅(13-0647) (이례적으로 2가지 색 선정)
회색은 견고함과 신뢰, 노란색은 희망과 긍정을 뜻하며, 팬데믹 시대의 회복과 연대를 표현했습니다. - 2020년 – 클래식 블루 (Classic Blue)
신뢰감과 평온함을 주는 전통적인 파란색으로, 불확실한 시대 속 안정과 명료함에 대한 열망을 담았습니다.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팬톤 컬러
팬톤 컬러는 하나의 색상이 한 해의 산업 트렌드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팬톤이 발표한 색을 바탕으로 컬렉션 테마와 시즌별 스타일이 구성되며, 뷰티 업계는 팬톤 컬러를 반영한 립스틱, 네일, 아이섀도 등을 출시합니다.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팬톤이 제시한 색을 따라 가구, 벽지, 소품, 침구류 등 전반적인 분위기 연출이 변화하며, 광고·패키지 디자인에서도 팬톤 컬러는 자주 활용됩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팬톤의 영향력은 큽니다. 팬톤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제품 패키지, 웹디자인, 광고 컬러 설계 등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팬톤과의 협업으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도 늘고 있습니다.
예: 세포라, 슈프림, 스타벅스, 나이키 등
또한 팬톤은 패션위크와 연계해 S/S, F/W 시즌별 컬러 리포트를 발표하며, 이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참고하는 색상 기준 자료가 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색을 마주하지만, 그 속에는 시대의 분위기, 사람들의 감정, 문화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팬톤 컬러 연구소는 이러한 색에 기준과 해석, 메시지를 부여하며,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색은 말보다 빠르고 감정보다 직관적’이라는 말처럼, 팬톤은 색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다음에 팬톤이 발표한 올해의 색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맥락과 감정의 흐름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