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은, 우리가 학습할 때 흔히 사용하는 형광펜이 정말로 기억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형광펜은 색이 강렬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고, 학습의 효율을 높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인지심리학에서는 어떤 결과들이 나왔을까요?
색채 자극이 학습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교육 콘텐츠 디자인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색과 기억력의 관계
색상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인지 구조와 감정 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색이 단기 기억력은 물론 장기 기억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오랫동안 실험해 왔습니다.
2006년 Psychonomic Bulletin & Review에 실린 한 연구는, 색이 포함된 정보(예: 색깔이 입혀진 단어, 이미지)가 흑백 정보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색이 시각적 자극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의 부호화(coding)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빨간색이나 노란색처럼 강렬한 색상이 위기 반응을 유발하여 주의 집중을 끌며, 결과적으로 정보 유지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형광펜과 같은 고채도 색상은 뇌의 주의 체계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형광펜의 효과
형광펜은 일반적으로 정보의 핵심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의 교육 실험에 따르면, 동일한 텍스트를 학습한 두 그룹 중 형광펜으로 핵심 문장을 표시한 그룹이 더 높은 기억 재생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Dunlosky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형광펜의 '과도한 사용'이 오히려 학습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서의 절반 이상에 형광펜을 사용한 그룹은 정보 간 중요도 구분이 어려워졌고, 집중력이 분산되며 학습 성과가 낮았습니다.
형광펜의 색상별 효과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 형광 노랑: 시선을 가장 강하게 끌며, 기본 강조 용도로 적합
- 형광 주황: 주의 환기 및 경고성 강조에 효과적
- 형광 연두: 비교적 부드럽게 눈에 들어오며, 가독성을 해치지 않음
결론적으로 형광펜은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 강조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학습의 질을 오히려 해칠 수 있습니다.
교육 디자인에서 컬러 활용 전략
디지털 교재, e-러닝 콘텐츠, 프레젠테이션 등 교육 자료를 설계할 때 색상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의 유도, 정보 계층화, 인지 부하 조절을 위한 전략적 요소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 핵심 문장에만 형광색 배경을 주면 학습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핵심으로 이동합니다.
- 주제별로 다른 색상 계열을 사용하면 정보 분류가 쉬워집니다.
- 너무 많은 형광색 사용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므로, 명도 대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는 퀴즈 정답 옵션에만 형광 배경을 주어 인지적 유도를 하거나, 사용자의 주목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으로 강조 처리를 해주는 기능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색채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 정보 구조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시각적 노이즈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학습자의 기억 정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형광펜은 단순한 강조 도구가 아닌, 색채와 기억력의 관계를 활용한 인지적 보조 수단입니다.
하지만 모든 형광펜 사용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며, 선택적으로, 구조적으로 사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색은 뇌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시각 언어이며, 학습 디자인에서 색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따라 학습자의 정보 이해도와 기억 효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학습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정보를 정리할 때, ‘색의 전략’을 함께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