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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붉은색 상징, 무엇이 다를까?

by 플디. 2025. 6. 24.

오늘은 ‘붉은색’이 문화권에 따라 어떻게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는지, 중국과 일본의 상징체계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종교, 심리와 신념이 결합된 상징 언어로 작용합니다. 특히 붉은색은 생명과 죽음, 열정과 경고, 사랑과 분노를 동시에 담고 있는 복합적인 색입니다. 각국의 문화는 이 같은 색에 고유의 의미를 부여해왔으며, 때로는 같은 색이 정반대의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붉은색 상징, 무엇이 다를까?

중국 – 붉은색은 행운과 번영의 상징

중국 문화에서 붉은색은 행운, 번영, 다산, 성공을 상징합니다. 길거리마다 붉은 등이 걸리고, 결혼식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으며, 세뱃돈도 붉은 봉투인 ‘홍바오’에 담아 전달하는 풍습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수천 년간 이어진 민속과 신앙의 결과입니다.

중국의 고대 설화에서는 매년 새해마다 마을을 습격하는 괴물 ‘년(年)’을 쫓기 위해 사람들이 붉은 천, 불꽃, 폭죽을 활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설날 문화와 맞물려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는 색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도교에서는 붉은색을 ‘양(陽)’의 기운으로 해석하여 불의 속성과 생명력, 번영을 상징하는 색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과거 황실에서는 붉은색을 왕권의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황궁의 기둥, 궁중 문서, 황제의 관복 일부에 붉은색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권위와 존엄의 표현이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붉은색은 중국 정부의 주요 행사, 기업 개업식, 정치적 상징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중국에서 붉은색은 단지 예쁜 색이 아니라, 사회적 기운을 북돋는 색,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에너지를 주는 색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본 – 붉은색은 신성하지만 조심스러운 색

일본 역시 붉은색을 자주 사용하지만, 중국과는 다르게 ‘신성하면서도 경계해야 할 색’으로 여깁니다. 일본의 전통 사찰인 신사에는 붉은 도리이가 설치되고, 국기에도 붉은 해가 들어가 있으며, 일본식 간판이나 전통 제품 포장에도 붉은색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단순한 길운이나 기쁨만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일본 불교에서는 붉은색이 ‘지옥의 색’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피, 고통, 지옥불을 상징하는 색으로, 종종 불교 지옥도나 신불상의 장식에서 붉은색이 사용됩니다. 또 에도 시대에는 무사 계급이 검소함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으면서 강렬한 색은 교만함, 사치, 경박함의 상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붉은색은 복합적인 인식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일본에서도 붉은 봉투는 경조사에서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며, 꽃다발 역시 붉은색으로만 구성되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은 애니메이션, 광고, 패키지 디자인 등에서 붉은색을 매우 감각적으로 활용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음료 브랜드 ‘펩시재팬’이 내놓은 붉은 캔이나, 캐릭터 '아카짱맨'의 빨간 망토처럼, 붉은색은 맥락에 따라 매우 다르게 소비되고 해석됩니다.

즉, 일본에서는 붉은색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맥락에 따라 사용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맥락의 차이, 오해로 이어지는 색의 위험

같은 붉은색이 중국에서는 길운과 축복을 뜻하고, 일본에서는 경고와 절제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 이 차이는, 단순히 색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해당 색을 둘러싼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해석의 총체적 결과입니다.

실제로 한 글로벌 브랜드는 붉은색 포장을 중국과 일본 모두에서 ‘성공적인 컬러’로 생각하고 동일하게 적용했다가, 일본 시장에서 예상 외의 반감을 사며 제품을 회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복을 부르는 포장”으로 환영받았지만,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튀고 무례한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색은 단지 보기 좋은 요소가 아니라, 때로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 문화적 코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는 색의 문화적 함의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사용하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같은 색이라도 받아들이는 문화에 따라 그 의미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색은 단지 아름다움이나 트렌드를 넘어서, 문화 간 이해와 존중의 언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색을 디자인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할 때는 반드시 그 색이 전달될 ‘문화적 배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