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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는 왜 컬러에 집착하는가?

by 플디. 2025. 6. 25.

이전 포스팅에서 패션 광고의 컬러선택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번엔 명품 브랜드들이 왜 특정 색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이를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색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색이 지닌 감정적·상징적 힘을 통해 소비자와의 강한 연결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색으로 각인시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이너 브랜드는 컬러를 통해 브랜드의 첫인상을 각인시킵니다. 색은 언어보다 빠르게 인식되며, 로고나 제품보다도 먼저 소비자의 뇌리에 남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의 세계관과 가치를 반영하는 고유 색을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티파니 블루(Tiffany Blue)는 단순한 파란색이 아닙니다. '로빈 에그 블루(Robin Egg Blue)'라는 고유 색상으로, 우아함과 희소성을 상징합니다. 이 색은 티파니의 패키지, 광고, 매장 인테리어까지 일관되게 사용되며, 브랜드 전체를 대표하는 시각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로고보다 색을 먼저 기억합니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브랜드의 로고보다 색상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색을 통해 브랜드를 더 빠르게 떠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색이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는 색에 담긴 감정과 상징한다

고급 브랜드는 색상 하나에도 철학을 담습니다. 에르메스 오렌지(Hermès Orange)는 원래 전쟁 시기 포장 용지를 구할 수 없어 오렌지색 상자를 사용하게 된 데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브랜드를 상징하는 핵심 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오렌지는 이제 에르메스를 연상시키는 독보적인 색으로, 전통과 희소성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발렌시아가의 블랙은 강렬한 미니멀리즘과 반항적인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단순한 무채색이지만 강한 존재감을 가지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비주류적 감성을 명확히 전달합니다.

프라다(Prada)는 차가운 회색빛과 짙은 카키색 등을 통해 절제되고 이성적인 세련미를 강조하며, 고급스러움과 도시적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구찌(Gucci)는 녹색과 빨간색의 전통적인 컬러 조합을 활용해 이탈리아 유산과 클래식함을 강조하면서도, 과감한 재해석을 통해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그니처 컬러는 단지 색의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이미지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의 감정 연결을 만드는 브랜드의 컬러 전략

소비자는 명품 브랜드의 색에 단지 ‘멋지다’는 감정만 느끼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색은 소비자의 정체성과 감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심리적 동일시를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티파니의 블루 박스를 받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특별한 순간’과 ‘로맨틱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이는 색이 제품을 넘어, 감정까지 디자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색은 브랜드 전반에 걸쳐 감정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도구입니다. 제품, 패키지, 광고, 쇼핑백, 매장 인테리어, 웹사이트 디자인 등 브랜드의 모든 접점에서 통일된 컬러 전략이 적용되어야 소비자는 그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인식을 견고히 유지하게 됩니다.

컬러가 주는 인상은 구매 행동과 충성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색을 보면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고, 해당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인식이 아니라, 감정적 유대 형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컬러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소비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브랜드의 철학을 텍스트로 읽기 전, 이미 색으로 그 브랜드를 ‘느끼고’ 있습니다.
컬러는 단순한 포인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자신을 증명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 전략의 중심축인 셈입니다.